강수지  On The Nature Of Daylight  (2021)
글 이서영「패, 아니면 경, 옥」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4분40초

‌‌시각 예술가 강수지는 5·18과 관련한 기억이 중첩된 장소들을 기록해왔다.
그가 영상으로 담아낸 구 광주국군병원은
이서영의 시를 만나 하나의 신체로 기능하게 된다.
망명 상태의 버려진 건물과 여성의 몸은
달리 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낙관의 분위기를 감지하게 되는 작품을 통해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애도의 형태와 방식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강수지ᆞ이하영  SEEDS (2021)
혼합 재료/ 가변설치

‘불순한종자’ ‘뿌리를뽑고’ ‘씨를말려야한다’. 
70년 전 제주와 40년 전 광주, 그리고 오늘까지도. 
어떤 표현은 억압과 폭력의 구조 아래 끊임없이 반복된다. 
씨앗을 지키고 뿌리내리기위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 
할머니들의 오래된 씨앗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딸에서 딸에게로.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온 씨앗들.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서 희생된(희생되고 있는) 여성들의 삶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지켜 온 빛나는 것들을 나누기 위해. 
우리의 작업이 ‘말해지지 않은 것을 듣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으면 한다. 


고은홍 침묵과 몸 (2021)
혼합 재료/ 가변설치

아주 작은 공동체 안에서도 입장이 내밀하게 나뉜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이 있다.
말할 수 없는 기질이 대를 이어 나에게까지 왔다.
침묵하는 할머니의 섬에서 4.3과 할머니를 추모하려면
또는 ‘사라지는것’자체를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고민을 풀어내고자 한다. 기억의 대상인 할머니의 행위를 따라 하며체화한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은 반죽하는 모습,
행위가 반복되고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레 할머니의 움직임이 몸에 남는다.
 
오래된 기억의 의식儀式은 퇴색되었다.

미미하고 개인적인 추모를 해야 한다.
따라 하고 밑줄을 긋고 흉내 내며 내면화해야 한다.


김은지 X-bond : Tracking and facing (2021)
혼합 재료/ 30x16.7cm  25개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아버지의 어머니…
아버지의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의 어머니…
 
아주 오래 전부터 한쪽씩 이어진 X의 결합체. X의 웅덩이와 다를 바 없는 나.

그리고 멀리 또 가까이서 영향을 받은 다양한XX.
혈연관계, 친구, 선생님, 이웃주민, 가볍게 스쳐간 모든 인연까지.
나는, 당신은, 저사람은, 우리는 누구에게서 어떤 X를 물려받았고
 X와 어떤 점이 닮았으며 그런 X의 본질로 어떻게 살아가는가.


허민경 기억의 파편 (2021)
종이 위 흑연퍼티/ 가변크기

종이는 하얗고, 흑연은 검다. 
상반되는 둘이 만나 다양한 톤을 만들어낸다. 
흑백을 이용한 작업은 내면의 중간 톤을 찾는 여정이다. 
작업에 사용하는 연필선은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문지르면 맥없이 뭉개져버리는 연약함도 있다. 
아픔과 닮았다. 나의 소묘작업은 상처를 내는 과정이다. 
종이에 상처를 내며 톤의 대비를 조율해가는 과정, 
내면과 마주하는 경험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며 윤회에 들어간다.